책리뷰

희망의 이유 - 제인 구달

Walnut 2009. 12. 2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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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침팬지와 평생을 함께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여덟 살 때부터 아프리카에 있는 것을, 오지의 야생동물들 사이에서 사는 것을 꿈꿔왔다. 그녀의 꿈대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우연히 아프리카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두렵지 않았을까? 지금과 같이 어느 정도 문명이 발달했다 해도, 아프리카는 아직 멀게만 느껴지고, 위험하게 느껴지는데, 그녀는 어떠한 용기로, 어떠한 의지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야생동물에게 해를 당할까 하는 공포감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자를 만나도, 뱀을 만나도,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둘 것이라 진실로 믿었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들은 자연과의 교감, 자연의 균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녀는 나비족은 아니지만 나비족과 같이 자연과 진실로 교감하며 산 듯 하다.

 

 그녀는 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과 함께 하길 늘 꿈꿔왔고, 그녀가 만나는 침팬지들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친구처럼 대했다. 이것이 실제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옳지 않은 관찰 행동이었지만,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당시에는 인간만이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제인 구달은 동물도 성품을 가지고 있어 문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으며, 마음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동물들을 실험 대상이 아닌 같은 생명체로써 친근하게 대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침팬지의 행동에 관한 연구부분이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같이 싸움을 하고, 전쟁을 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하는 모습과 함께, 자식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와 사랑의 본능 또한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침팬지 행동과 행동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 행동의 본질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문화적 종분화, 즉 외부 집단의 구성원들은 거의 다른 종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현상은 침팬지들에게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고도로 발전된 문화적 종분화는 민족적 배경, 사회 경제적 지위, 정치적 확신, 종교적 믿음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제외시키려는 경향 등을 통해 전쟁이나 폭동, 폭력 등으로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침팬지 연구는 인간 본성의 어둡고 약한 면이 우리의 오랜 과거 속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끔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랑과 연민과 자기 희생의 자질 때문이다.

 간혹 호수로 둘러싸인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침팬지들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이런 경우 대부분 희생자의 동류들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구조를 시도해왔다고 한다. 그들이 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의식적으로 사랑과 자기희생을 선택하곤 한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수많은 폴란드 유태인들을 고용하고 구출한 오스카 쉰들러, 개인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수천명의 유태인들에게 러시아를 거쳐 쿠라사우까지 갈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준 치우네 스기하라 등 많은 사례들이 있다.

 

 1986년 ‘곰베의 침팬지들’을 출판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녀의 연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침팬지에 대한 학회가 생기고, 그녀는 개발과 상업적 교류로 침팬지들이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DNA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는 이유로 침팬지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스럽게 실험용으로 쓰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나 역시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나, 이 책을 통해 그 심각성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지하실에 갇혀 빛도 못받고, 먹을 것도 잘 먹지 못하는 침팬지들, 바이러스 주사를 맞고 병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침팬지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래도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그 동물들에게 더 고마워하고, 그 동물들이 살아가는 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동물 실험 문제 뿐만 아니라, 육식의 급증으로 밀집 사육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아래는 본문의 일부를 옮겨왔다.

 “지난 40년 동안 동물의 밀집 사육이 급증하였다. 최대 생산을 위해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조립 라인 방식을 적용하는 이러한 유형의 사육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소농들이 밀려나면서 널리 채택된 것으로 농업의 산업화를 의미한다. 나는 피터 싱거의 책 ‘동물의 해방’을 읽고 이러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책에는 새로운 사육 방식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암탉들은 ‘배터리 사육법’의 경우에는 가로 41센티미터, 세로 46센티미터의 우리 안에 다섯 마리씩 넣어지기 때문에 가끔 동족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부리를 자르는데, 거꾸로 한 줄로 매달아서 기계에 통과시켜 부리를 자른다. 이러한 절단은 매우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부리를 잘린 부분은 평생 동안 감각이 매우 예민한 채로 남아 있게 된다.

 돼지들의 경우,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우리에 넣어진다. 오물이 쉽게 씻겨 내리도록 고안된 슬레이트 바닥에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발은 상처가 나고 변형되며, 다리는 운동 부족으로 약해져서 도살장으로 가는 길에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일도 허다하다.

 – (중략) –

 식육용 송아지들은 돌아설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우리에서 키워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고기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그들은 계속 어두운 곳에서, 그리고 철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관리된다. 철분을 섭취하려는 그들의 열망은 너무도 강해서 자신들의 소변을 마실 정도라고 한다.”

 끔찍하다. 물론 고기를 아예 안먹고 살기는 힘들지만, 저렇게까지 해서 인간의 배를 채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과 환경보호를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애쓰고 있는 제인 구달은,, 아직은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조금씩, 매일, 함께, 노력한다면 말이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아주 크고 위대한 일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손길, 그리고 올바른 것을 실천하는 우리의 행동이 지구를, 환경을, 자연을, 동물을, 그리고 우리 인간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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