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과 TV없는 세상의 아이들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를 읽고...
1. 장난감이 아닌, 정서적 교류가 중요한 아이들
사실 장난감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아이 있는 친구나 친척집에 가면 대부분 장난감을 사듯 나 역시 그랬었다. 장난감은 아이들이 갖고 노는 도구로서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아이도 좋아하니 좋고,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4년쯤 KBS에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를 제작했던 PD가 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제목은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은 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아이에게 사준 장난감이 오히려 아이를 외부와 단절시키고, 장난감에 집착하게 만들고, 홀로 있게 만들어버려 자폐아 증상까지 보이는 아이들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였다.
집안에 장난감이 가득했던 아이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집에서도 혼자였고, 심지어 어린이집에 가서도 각자의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며 놀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인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엔 맞벌이하는 부부가 많아서 아이를 자주 돌봐주지 못한다는 보상심리로 아이에게 장난감을 더 사주게 되는데, 그 잠시 동안은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가 계속 있었던 아이더라도, 엄마가 자기 일만 하고, 아이에게 장난감을 갖고 혼자 놀라고 한 경우의 아이는 상담 결과 집에서 늘 혼자라고 느꼈다고 했다.
또한 대부분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은 아이들의 창의력, 활동성 등을 발달시켜주지 못한다. 멋진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에게 갖고 놀라고 하면, 아이는 잠시 동안은 앞뒤로 움직이고, 왔다 갔다 하면서 놀지만, 더 이상 재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니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을 찾게 되기도 한다. 여기서 아이의 사고를 발전시켜줄 만한 틈은 거의 존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실내에서 장난감만 갖고 노는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며 자란 아이들보다 활동성도 더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장난감은 점점 발달해서 태엽 감아서 움직이는 자동차, 아예 앉아서 조정하는 자동차 등의 장난감들이 생겼다. 이런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활동성을 점점 줄어들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장난감 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저 놀기 위한 수단이 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마치 술자리에서 술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려면 집에서 아이와 같이 있을 때는 대화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만들기를 할 수도 있고, 책을 읽더라도 같이 생각하고, 대화하면서 읽을 수도 있고, 장난감을 갖고 놀더라도 함께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이다.
그리고 책에서 독일의 장난감 없는 유치원과 실제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장난감을 없애고 아이들을 지내게 한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장난감이 없어진 유치원에 들어선 아이들은 처음엔 당황한다. 그리고 유치원 곳곳을 돌며 장난감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장난감이 없는 것을 알고 그냥 그 넓은 유치원 안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마음껏 뛰어놀다가 서로 허리를 붙잡고 기차놀이를 하기도 하고, 술래 잡기도 하고, 함께 놀이를 하면서 규칙도 서로 만들어간다.
독일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축구하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서 나무와 갖가지 도구를 가져와 직접 장난감을 만들고, 종이로 집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유치원은 숲에 있는데, 아이들이 매일 숲에 나가서 놀고, 소꿉놀이도 모래와 나뭇잎 등으로 하고, 나뭇가지로 인형도 만들고 놀면서 자연 속에서 장난감을 얻으며 지냈다.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와중에 사교성도 길러지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창의력도 쑥쑥 올라가게 되고, 자연과 접하며 자라면서 자연의 고마움도 알게 되니 상상만 해도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장난감이 없으면 뭐하고 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니 장난감 없이도 정말 잘 놀았던 것 같다. 학교 운동장 모래밭에서 모래성 쌓고, 두꺼비 집 지으며 놀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하고 숨바꼭질,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등등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보냈다. 책 읽으면서 우리 아이도 태어나면 어릴 때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지낼 수 있는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올라왔다.
그래서! 장난감 많이 사준다고 아이에게 좋은 것 아니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요새 장난감 진짜 비싸던데, 부모님들께도 희소식인 듯하다. 돈을 투자한 장난감보다, 시간을 투자한 아이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고 값진 듯 하다.
2. TV 없이 지내는 일석삼조 생활
얼마 전에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TV 없는 생활을 실천에 옮기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아기 태어나기 전에 거실을 나름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텔레비전을 젤 작은 방구석에 치워놓고, 소파까지 없앴다. 남편은 TV를 별로 안 보는데, 내가 습관처럼 썰렁하면 그냥 TV 틀어놓고 보기 시작해서 나부터 일단 TV가 눈에 안보이길 바랬다. TV가 눈에 안보이니 얼마나 마음이 다 시원하던지.^^
TV를 없애고 거실에 내가 보는 책들을 두었다. 확실히 책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정말 봐야 할 것들은 컴퓨터로 보니까 불편함이 없었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TV 보는 시간도 없어졌다. TV를 없애면 가족 간의 대화도 더 많아지고 그렇다던데, 원래 남편과 틈틈이 대화를 많이 하던 편이라 대화 양이 더 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컴퓨터까지 없애고, 핸드폰까지 없애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하면 세상과 정말 단절될 것 같아 못할 것 같다. 스마트폰이 있어 이래저래 편리해지긴 했는데, 밥 먹으면서도, 어디 갈 때도 각자 스마트폰 붙잡고 인터넷하고 있는 모습을 느낄 때면 '아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것은 서로 조절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아기 태어나기 전에 TV를 치우기로 결심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TV를 보는 시간에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TV를 보면 서로 간의 대화도 줄고, 같이 있으나 따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위에 장난감 이야기에서처럼 함께 있어도 따로 놀고 있는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를 끄고 아이와 대화를 더 많이 하자-!'가 첫 번째 결심이었습니다.
둘째는 아이의 시력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적 TV 보는 것을 꽤 좋아했다. TV를 보고 있으면 옆에서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고 넋이 나가도록 봤다. 어렸을 적 아빠, 엄마가 가게일로 바쁘셔서 가까운 외할아버지 집에 자주 놀러갔는데, 할아버지 집에서 TV를 자주 보던 기억이 있다. 만화영화며 할아버지, 할머니 보던 드라마며, 할아버지 다리밑에 앉아서 TV를 정말 코앞에 두고 많이 봤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TV보는 시간을 줄은 것 같기는 한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칠판의 글씨가 잘 안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TV가 꼭 100% 원인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TV를 너무 많이 봤던 게 시력을 안 좋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EBS 아기 성장 보고서' 책을 읽어보니 정말 그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천천히 발달하는 게 시각이라고 한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아기의 시력은 조정이 되고, 2년이 되면 0.3 정도의 시력을 가지며 그 후 3년에 걸쳐 0.8 정도 시력으로 향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9세 정도가 되면 시력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니 시력이 계속 발달하고 있던 시기에 TV를 그렇게 봤으니 눈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 들어갈 때쯤 보면 안경을 쓰는데, 어릴 때부터 TV, 컴퓨터, 핸드폰 등의 전자 매체에 눈이 오랫동안 노출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셋째는 아이에게 아예 어렸을 적부터 TV와 친해지지 않고 다른 활동들을 하면서 놀게 해주고 싶었다. TV는 아무래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저해하여 아이의 창의성이 많이 훼손될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창의성 부족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많이 부족한 것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가정에서라도 잘 지도해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면 조금이라도 더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나는 아버지가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공부해야 된다고 TV를 못 보게 하셨는데, 뒤늦게 못보게 하면 반발심만 생기고, 그래도 몰래몰래 보게 되고 그런 것 같다. 아예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TV 없는 생활을 하면 아이에게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TV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핸드폰 사용을 적절하게 하며 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요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