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지성의 '에이트'_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법

Walnut 2021. 4.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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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책,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를 읽고

 

Image from Yes24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어릴 적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팩맨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팩맨' 게임을 엔비디아라는 회사의 인공지능이 5만여 개의 에피소드를 학습한 후,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뉴스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알파고가 바둑게임에서 이세돌 프로님을 이겼다는 기사보다 더 충격이었다. 게임은 컴퓨터가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그 게임을 설계해서 만들 수 있는 실력까지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인공지능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이다. 실리콘밸리의 상위 1%가 2008년 구글과 NASA의 지원금을 지원받아 '싱귤래리티'라는 대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이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예측하는 인류를 지배할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2045년이면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발명가이자, 과학자, 그리고 미래학자인 레이커즈 와일이라는 학자는 2029년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예측했다.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최대 금융 투자 기업 골드만삭스에는 2014년 '켄쇼'라는 인공지능이 입사했다. 600명의 트레이더가 한 달 가까이 처리하던 일을 고작 3시간 20분 만에 끝낸 켄쇼는 결국 598명의 트레이더가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금융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의사 왓슨, 인공지능 약사, 인공지능 판사, Ross라는 IBM이 만든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 심지어 Keeko, MATHia, OVObot, Elias라 불리는 인공지능 교사까지 있다고 한다. 지금 세계 어딘가에서는 단순히 인공지능 직원이 아닌, 인공지능 경영전문 관리자 혹은 CEO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공무원도 존재한다.

 책을 읽으며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부분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더 신뢰한다는 점이었다. 기계는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고, 실수도 없다. 편견도 없고, 차별도 없다. 불평도 없다. 주어진 일을 아주 성실하게 해낸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의 몇 백배 이상으로 말이다.

 서울대학교 유기윤 교수팀은 미래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에 대해 예측하였다. 그런데 ‘미래 한국 인구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로 전락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한다. ‘프레카리아트’란 무엇일까? 이 용어를 널리 알린 영국 런던 대학교 가이 스탠딩 교수에 따르면 프레카리아트는 꿈과 열정이 없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사는 문제로 평생 동안 고통받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사무직 종사자, 노동자 등이 속하게 될 계급이라고 한다. 너무 절망적인 예측이라 믿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어 지기까지 한다. 

 인공지성 플랫폼 소유주인 제1계급은 0.001%, 인공 지성 플랫폼 스타는 0.002%, 그리고 인공 지성이 제3계급이 된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대부분의 부를 가져갈 것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의 소유주들과 그곳을 기반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구조라니.

 우리는 이런 예측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0.003%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이지성 작가도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8가지 방법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는 상위 1%가 다 가지고 있다. 부의 구조에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부’라는 것이 꽤나 불균형하게 분배된지는 오래되었다. 책을 보며 0.003%에 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방법도 알지 못한다. 작가가 제시한 8가지 방법대로 한다고 저 0.003%에 들 수 있을지 확신도 없다. 거기에 들지 못했다고 저 위에 ‘가이 스탠딩’ 교수가 말한 대로 고통 속에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수도 없이 많은 벤처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다. 구글 창업자들이, 페이스북 창업자가 창업 때부터 그들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0.003%라는 것은 결과이다. 그것을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고 나면,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기듯이. 그래서 99.997%의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보았다.

 평범한 우리들은 다가오는 변화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이트’에서 강조하는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은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 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할 줄 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있던 것에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창조적 능력이다.

 그런데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이 인공지능 시대라서 필요한 능력일까? 이는 이미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가게를 하나 운영하려고 해도 고객에게 공감하고, 남들과는 다른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다른 마트에서 사 온 것을 그대로 팔거나,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만 하면 이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상사가 시키는 일을 잘한다 해도, 시키는 일만 잘하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나의 역량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공감하지 않고, 창조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대로 암기하고, 시험 보고, 대학을 가고, 졸업을 했다. 회사에 가서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그래도 일자리가 있었고,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던 일이 단순 업무 노동이었고, 금방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대체된다면 어떻게 될까? 직장을 잃게 된다면? 시키는 일만 성실히 하며 살면 그래도 평범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더 이상 아무도 나에게 무엇인가를 시키지 않게 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전에는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이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성공의 법칙이었다면, 앞으로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은 모두에게 요구되는 생존의 법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어쩌면 최소한의 행복이라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만 이를 터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99.997%라고 지정된 프레카리아트의 삶이 인공지능과 함께 하면서도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우리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 사립학교인 ‘그린우드’의 학부모 앤디 글라커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크리스 부루어는 ‘아이들의 내면에 있는 예술성’을 키워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두 학부모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할까? 디지털 기기가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에이트’에서 첫 번째로 제안한 방법이 바로 ‘디지털을 차단하라’이다. 우리는 지금 IT시대에 살고 있고,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도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전혀 주지 않았으며, 빌 게이츠 역시 자녀가 15살이 되어서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였고, 이 때도 사용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사립학교 ‘페닌슐라’, ‘그린우드’ 모두 학교에 디지털 기기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수업에 디지털 기기가 꽤 많이 이용된다. 수업시간에 때때로 개인별로 아이패드가 제공되고, 아이들은 이를 매우 즐거워한다. 학교도 이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많은 학생을 모으기 위해 이를 광고한다. COVID-19 발생으로 이제는 아예 모든 수업이 온라인화 되었다. 컴퓨터가 없는 친구들은 숙제를 하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어졌다.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나쁘기만 할까?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워주는 방법일까?

 책에서 이야기하듯,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디지털 중독이다. 아마 대부분의 어른들 역시 이미 디지털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하고, 심심하다. 때때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괜히 SNS에 들어가 새로 업데이트된 글들을 확인하고, 유튜브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연관된 영상들을 보다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게임은 하지 않지만,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번 시작하면 너무 재미있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아직 절제력이 덜 발달된 아이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디지털 기기를 절제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러니 아예 없는 것이 낫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아이들은 절제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를 안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교육에서 경계해야 할 것들

 인터넷에는 훌륭한 교육자료들이 넘쳐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교육 자료로 공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와 흥미를 끌면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들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 인터넷 강의는 정말 잘 되어 있다. 아이가 한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너무 잘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지루할 틈이 없는 선생님들의 연기력이며, 내용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훌륭한 콘텐츠 안의 선생님들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어릴 적, 칠판 가득 글을 쓰고, 그 앞에서 설명을 해주시던 우리의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필기하기 바빴고, 질문은 거의 없었다. 이런 일방적인 온라인 강의에서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우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에서는 소외되는 아이들이 생기기 더 쉬운 것 같다. 부모가 맞벌이인데 집에 아이의 컴퓨터나 핸드폰이 없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컴퓨터가 있더라도, 부모님이 바빠서 봐주지 못하는 경우, 아이 스스로 내용을 파악하고, 수업을 따라가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중고등학생들은 어떠할까? 초등학교 아이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상에서는 자율성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원래 스스로 알아서 하고, 능동적인 아이들에게는 온라인 수업도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되겠지만, 수동적인 아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될 것 같다. 그러니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디지털 교육의 장점

 하지만,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디지털 기기가 주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아이의 학교 온라인 줌 수업을 하는 동안, 선생님은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질문이 없냐고 물었다. 수업과 관계가 없는 내용을 말하는 아이도 많았지만 선생님은 끝까지 들어주었다. 과제 결과물이 너무 대충 한 것 같을 때는 좀 더 신경을 쓰라고 얘기하셨지만, 스스로 노력한 것이 보일 때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셨다. 내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도 말이다.

 아이들은 온라인 상에서도 말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수업 내용은 사칙 연산 혹은 시의 특징 등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과정도 있었지만, 직접 시를 써보거나, 책을 읽고 질문을 하는 내용 등 창의성이 요구되는 과제도 많았다. 아직 아이가 어려 부모의 지도가 많이 필요함을 느꼈지만, 온라인 상에서도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울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준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토도 수학’
이라는 앱이다. 이 앱을 만든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는 아이를 낳고 아이가 발달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에 자신의 아이처럼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토도 수학이었다. 이수인 대표는 2019년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에서 대상을 받았다.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그 상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꽤 놀라웠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본선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170개 마을에 각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탑재한 태블릿 PC 2700개를 배포하고 15개월 뒤 가장 교육 성과가 좋은 앱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에누마가 개발한 킷킷스쿨은 아프리카와 같은 주변의 도움이 적은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태블릿만으로 학습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 기반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킷킷스쿨은 5개 결승 진출작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읽기, 쓰기, 셈하기 역량 향상을 가져온 학습도구로 평가를 받았다. 선생님의 손이 닿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태블릿을 통하여 읽고, 쓰고, 셈하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참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의 꿈은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라고 한다. IT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IT가 중독성 있는 게임이나 영상물로서의 역할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음도 경험하고 있다. ‘언니공동체’와 같은 모임은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못했을 것이다. 언니공동체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올리고, 서로를 격려해주고,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사회적 소속감도 갖게 해 준다. 이 자체로도 우리는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디지털 기기가 무조건 차단할 대상이 아닌, 좋은 일을 이루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디지털 기기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아이들이 생각을 하게끔 질문을 던지고, 또 아이들로부터 질문을 이끌어 내는 온라인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이 안에서도 아이들의 창조적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전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힘들겠지만, 온라인 교육 환경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도 있겠다는 희망 또한 볼 수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기기를 차단하는 것, 혹은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공감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에이트에서 제시하는 두 번째 방법은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하라’이다. 그 예시로 몬테소리 교육과 칼비테 교육법 등을 들고 있다. 책에서는 구글의 두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자신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 몬테소리 스쿨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몬테소리 스쿨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이 공부하고픈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교사들은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었다는 점이었다. 한편으로 이런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몬테소리는 유아원이나 유치원인데, 그 나이의 아이들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짧은 유년 시절의 경험이 그토록 삶에 큰 영향을 미칠까? 그런 의심만 뺀다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하여 알아가는 과정의 교육은 꽤나 훌륭한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유치원의 핵심은 청소년과 성인으로 하여금 유치원 시절 자신이 습득했던 놀이, 학습 방식을 다시 경험하게 함으로써 유년 시절 자신의 내면에 충만했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회복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MIT 미디어랩은 아예 ‘평생 유치원’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구원들이 이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물, 모래, 혹은 뛰어놀 공간만 있으면 쉼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노는 아이들의 순수한 창조력을 성인인 우리는 노력해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내 안의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안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에이트’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여섯 가지가 더 있습니다. 세 번째,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네 번째, 생각의 전환, ‘디자인 싱킹’하라. 다섯째,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여섯째,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일곱 번째,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여덟 번째,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위와 같은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알려준다. 교과서와 강의가 사라지고, 토론 중심의 수업을 하는 하버드 의대 교육의 핵심인 플립러닝,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인슈타인 등 천재들처럼 생각하는 생각 공부법, 기존 사고를 인간 중심의 사고로 새롭게 디자인해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것에 혁신을 일으키는 스탠퍼드대 D스쿨의 디자인 싱킹, 인간 고유의 능력인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최고의 도구인 철학,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조하거나 기존 지식과 기술에 혁신을 일으키는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 능력인 트리비움. 그리고 질문 세 가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세계 수재들이 선택하는 미네르바 스쿨,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부와 봉사.

 이지성 작가는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한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제는 진정한 인간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바람에 응답해서 나온 게 아닐까?’

 결국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을 때, 인공지능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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