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쓰기의 말들 / 은유 / 글쓰기가 두려워질 때 보면 좋은 책

Walnut 2021. 5. 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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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글을 몰라주는 독자들이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실상 가장 큰 적은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그것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 자신이다.

Photo by Kat Stokes on Unsplash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일기를 자주 썼다. SNS에 일상을 적어 공유하는 것도 즐겨했다.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씀으로써 감정이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한동안 글을 전혀 쓰지 못하던 기간도 있었다.

한동안 육아에 관한 글을 쓸 때, '육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뭐라고 이런 글을 쓰지?'라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심지어 '나는 왜 내 삶을 굳이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하는거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개인 SNS에 쓰던 글들 조차 멈추었다.

이런 생각들에 휩싸이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썼다면, 휴직을 하고 육아를 하던 그 오랜 시간 동안 나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콘텐츠들도 많이 쌓였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었다.

작년에 온라인 공동체를 통해 브런치 글모임을 한 적이 있다. 평일에 매일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모임이었다. 어떤 주제로 쓸지 몰라 그냥 내 얘기를 쓰다 보니, 나의 삶을 고찰하는 내용이 주가 되었다.

그런데 내 삶을 쓴다는 것은 힐링인 동시에 고통이었다. 내 안에 덮여 있던 상처를 드러내고, 부끄러운 모습까지 드러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필요했다. 또한 끊임없이 괜찮다고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야 했다.

그 때,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된 책이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었다.

Image from Yes24



책을 읽은 후,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라는 표지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은 쓰게 만들어준다. 쓰기 전에 고민하고, 두려워했던 마음들을 모두 이기게 도와준다. 글쓰기가 두렵거나, 지쳤거나, 무엇을 쓸지 몰라 고민하거나, 글을 잘 쓰고 싶거나, 글에 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단순히 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되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은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몇 구절들을 정리해보았다.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안전한 수단이고,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뒹굴더라도 연꽃 같은 언어를 피워 올린다면 삶의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미련이 내게 준 선물이다."

"서툴고 거칠더라도 내 느낌과 생각을 지속적으로 표현한다면 아이의 삶을 북돋우는 엄마의 언어가 만들어지겠지."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불순물과 첨가물은 몸에도 나쁘고 글에도 해롭다."

"매일 쓰는 글 특유의 맛. 삶을 곱씹어 만든 단맛. 달지 않은 팥이 꽉 찬 단팥방 같은 글. 그걸 누가 맛있게 먹고 말해 주면 좋겠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여긴다."

"좋은 글에는 금기와 위반이 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드러내고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밝혀낸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자기 인식이야말로 쾌감 중 으뜸임을 알았다."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의 태도다."

"들쑥날쑥한 자기 생각을 붙들고 다듬기보다 이미 검증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라면 나는 말리고 싶은 것이다."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죠."

"퇴고는 자신의 글로부터 유체 이탈하여 자신의 글에 대한 최초의 독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가'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잘 전달되었는가'. 그 단어가 정확한지, 문장이 엉키지는 않는지, 단락 연결이 매끄러운지, 근거는 탄탄한지, 글의 서두와 결말의 톤이 일관된 지, 주제를 잘 담아내는지. 살피고 고친다."

"경험이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뻔뻔한 자랑이나 지지한 험담에 머물지는 않는가. 타인의 삶으로 연결되거나 확장시키는 메세지가 있는가. 이리저리 재어 본다. 자기만족이나 과시를 넘어 타인의 생각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자기 노출은 더 이상 사적이지 않다. 돈 내고 들으려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굳어 버린 지각과 감성이 아니라 흔들리는 감정과 울분이 사유를 갱신하는 글을 낳는다."

"그래, 꼭 정답일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보여 주면 돼. 텅 빈 모니터, 깜빡이는 커서 앞에 진실하면 되는 거야."

"위대한 작품 뒤엔 위대한 건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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