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고발하는 책, 게임 오버 / 한스 페터 마르틴

Walnut 2021. 5.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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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회가 펼쳐진다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달려가는 사람이 있고,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일들에 대처해야 한다며 주의와 경계를 지향하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전 세계가 극변 하는 가운데 놓여 있다. 우리의 일상을 꽁꽁 묶어버린 바이러스 코로나의 영향은 물론이고, 산업 및 일자리의 변화, 온라인 세계가 바꾸어 놓은 일상 등 적응해 나가기도 벅찬 변화들이 순식간에 우리의 삶을 침투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도 기회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고, 무분별한 발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개인에게 달려있지만, 적어도 기회와 위기를 둘 다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스 페터 마르틴'의 책 '게임오버'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 즉 '위기'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책의 말미에 '새로운 게임을 위한 20가지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기는 하지만, 대체로 추상적인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분석한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이미 끝난 게임이라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꼈다. 게다가 거대한 사회의 흐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휩싸이면 더더욱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르는 것보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또 다른 누군가가 위기를 함께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Image from Yes24

 

 

▶ 저자 '한스 페터 마르틴'은 누구인가?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편집국장을 지냈다. <슈피겔>은 좌파 쪽에 가까운 잡지사이기 때문에 혹시 한쪽의 시각만을 담은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울 수도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신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고려'하여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서구식 세계화의 본질을 '20대 80 사회'라고 표현한 책 <세계화의 덫>으로 유명해졌다. 1999년 이후 15년간 유럽 의회에 몸담으며 로비 관행 개혁을 위해 힘써왔다고 한다. 

▷ 진짜 부자들은 사회 붕괴에 대비해 도피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책 초반 세계의 억만 장자인 부자들이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비밀 벙커를 만들거나, 모든 건물을 방탄 시설로 만드는 등 사회가 붕괴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용기를 보유한 대부호들은 사회적 안정이 보장되는 나라인 뉴질랜드에 노아의 방주를 지었다고 한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음모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한 사회 안전망, 인종 차별, 난민 문제 및 정부의 붕괴까지 고려하는 부자들이라면 그런 대책까지 마련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불쑥 화가 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지점이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계층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다. 부는 한 곳으로 몰리고, 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우리는 제대로 발전해 온 것일까?

▷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은 왜 생겨났을까?

 

Photo by Fred Moon on Unsplash

 

 

 정부에 대한 불신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임을 느꼈다. 미국이든 유럽이나 호주에서든 "정부는 태만하고 비효율적이며 쓸데없이 권위적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목표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분명한데도 못 본 척 넘어가고, 결함이 많거나 혹은 심각하게 무능력한 인사를 지도자 자리에 앉히며, 무조건 자기 당에 유리한 쪽으로만 일을 밀어붙인다."라고 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현재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는 것에 더 많이 찬성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빈곤층이 아니라 부유층이다."라는 점이었다. 특히 미국의 젊은 부자 중 군부 집권에 동의한 비율이 1995년 6퍼센트에서 오늘날 35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유럽도 17퍼센트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역행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책의 해석에 따르면 이는 빈곤층의 재분배 요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세계화의 수혜자들이 민주주의 철폐에 힘을 쏟고 있다고? 그들의 이기적인 발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중국의 약진도 민주주의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사회주의는 가난이라는 우리 안에 오래도록 자리잡아온 편견을 깨고 중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세계 수요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힘은 실로 강해졌다. 게다가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미국과 영국은 경제 불평등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가난은 대물림 되고,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간다는 뉴스는 세계적인 이슈다. 최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벼락 거지'가 되었다는 말이 돌았는데, 유럽 역시 올라버린 집값으로 젊은이들은 단지 몇 년 늦게 태어난 탓에 '거지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엔 자본주의 논리와 지도층의 무능력함이 민주주의의 가치마저 훼손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균열시키고 있는가?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세계의 발전은 산업 사회의 큰 흐름이며, 우리의 삶을 편리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다. 나는 식기 세척기, 로봇 청소기, 세탁기 및 건조기 등 집안일을 도와주는 모든 기계들을 사랑한다. 이 기기들의 발전으로 단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내 기준에 좀 더 유용하고, 생산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떄문이다.

 핸드폰은 이미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되었다. 이 작은 물건 하나만 있으면, 멀리 장을 보러 나가지 않아도 되고, 비싼 수업료를 내고 강의를 들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이런 기기들을 쓸 때마다 얼마나 많이 우리의 정보들을 기업들에게 내주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정보가 21세기의 석유라고 한다. 전세계의 기업들은 온갖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구글과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인 레베REWE, 에데카Edeka가 손을 잡았는데, 공동 관심사가 '진공청소기'라고 한다. '왜 진공청소기에 관심을 갖지?'라는 의문이 바로 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진공청소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개인 공간의 정보까지 샅샅이 알기 위해라고 하니 충격이었다.

 우린 이미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게 맞춤 광고가 뜨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75억 개의 무선이동통신 연결망과 36억 개의 인터넷 연결선과 22억 개의 페이스북 계정은 전 세계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소비욕구에 관한 신빙성 높은 귀납적 추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보여주는 광고가 유용할 때도 있고, 관심 없는 것은 안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보는 홍수처럼 넘쳐난다. 하지만 진지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편향된 정보만 듣고 살아간다. 알고리즘은 계속 내가 관심있는 정보만 보여준다. 내가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느낀 것도, 사람들이 관심 있는 정보는 정해져 있고, 관심 있는 정보에 대한 자료만 더 넘치게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사회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감시가 안전의 다른 말이 되었다는 시각도 놀라웠다. 새로운 보안이나 감시 정책에 관한 법은 대중에게 인기가 좋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정치인들이 정부 주도 통제를 주도하며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 등을 막고, 온라인 세상 안에서 평화롭고 자유롭기 위해서는 감시와 제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로봇은 어떠할까? 로봇이 유용한 노예가 될 것인가, 오히려 인간이 노예로 격하될 것인가 하는 것은 미래 설계에 핵심 질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혈액을 통한 치료를 위한 나노로봇, 정신과 치료용 챗봇, 재활을 돕는 로봇 등 의학 분야에서는 물론이고, 로봇 경영 호텔,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의 자동화,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 등 인공지능의 발전의 가장 큰 위협은 일자리로 나타난다. 독일의 잡 리프트 Joblift에서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사라진 일자리 중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 생겨날 새로운 일자리는 고작 5퍼센트라고 한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동화 기술에 관련된 전문인력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5퍼센트는 너무한 숫자 아닌가; 색다른 직업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싶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2014년에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고,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 생존에 현실적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는 인공지능을 기후변화와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 갑작스러운 핵전쟁과 함께 인류를 위협할 네 가지 거대한 위험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2017년 여름 기업가와 학자 116명은 '킬러 로봇'의 제작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국제연합에 보냈다고 한다. 이들의 호소문에 나타난 걱정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판도라의 상자가 한 번 열리면 다시 닫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것은 테러의 무기가 될 수 있고, 독재자나 테러리스트가 무고한 사람을 향해 사용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며, 해킹을 당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용도와 방식으로 작동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미래의 기술들이 좋은 방향으로 개발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 구조화 되는 불평등, '20대 80 사회'가 낳을 문제는?

 

 

Report Image from Bain&Company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보고서 <2030년 노동 세계>에 따르면, 예전에는 '소비자 중심의 기업들이 그들의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에 내놓을 때 3층 구조를 기본으로 했다.'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가중되자 그 압력은 고스란히 중산층에 전해졌다. 이제는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고소득 가계와 나머지 저소득층 80퍼센트 가계만이 존재하는 2층짜리 사업모델'이 새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자동화가 성장을 주도한다면 제일 먼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이들이 부유층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부분 그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구매력이 약한 대중을 위한 대량 생산품은 더 저렴하게 보급되고, 품질의 가치가 높은 브랜드 제품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중산층 소멸에 맞춰 생산 시설과 서비스를 조정하는 중이라고 하니, 냉혹한 현실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이유를 살펴보니, 답답해진다. 옥스퍼드 대학의 학술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소득이 최상위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이유가 최상위층 사람의 생산성 증가보다는 정치적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는 점을 발견했다. 소득 불균형 현상은 시장자본주의 국가에서조차 '경제 성장, 지식기반 생산성, 수출 경쟁력, 자본조달 등'과 같은 요인보다 '노조의 중앙화, 법치국가적 규칙, 소득 수준에 따른 세율, 공공교육에 대한 투자 등'의 정치적 요인들과 더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저자는 말한다. '불평등의 증가는 사회 전반에 폐해로 작용하고 민주주의 지지자들을 녹초로 만든다. 그럼에도 개인의 사회적으로 불공정하고 경제적으로 불합리하며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이 경제시스템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 이 외의 문제들

 '게임오버' 책에는 위의 민주주의, 디지털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외에도 유럽에서 발생한 대규모 난민문제, 기후변화 등의 환경 문제, 인구 고령화, 유럽연합, 무역전쟁, 극단주의자들의 등장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낸다. 

 11장의 내용처럼, 유일한 출구는 믿을만한 분배일 뿐일까? 다양한 문제들 앞에서 막막할 뿐이지만, 그의 제안처럼 사회적으로 이런 이슈들에 대하여 토론하고, 문제를 함께 공감하고,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연대의 회복, 서로 간의 믿음도 중요하며, 디지털 세상 속에서의 인권과 윤리적 문제들도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제시한 새로운 게임을 위한 20가지 아이디어를 이 곳에 기록해본다.

1. 우리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대화하자
3. 교육으로 사회적 균형을 추구하자
4. 미래를 이성적으로 껴안자
5. 정서 교육과 미디어 활용 교육이 필요하다
6. 디지털 인권도 보호돼야 한다
7. 감시를 감시하자
8.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
9. 복지국가를 이해하자
10. 노동을 새롭게 생각하자
11. 자유무역에 공정성을 연결시키자
12. 금융시장의 고삐를 끝까지 놓지 말자
13. 세금천국의 오아시스를 말려버리자
14. 사회 계층 간 경계를 넘어야 한다
15. 민족주의적 쇼비니즘을 간파하자
16. 누구에게나 고향은 필요하다
17. 난민을 유발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
18. 정당의 소수독점을 깨자
19. 유럽연합이 더 강해져야 한다
20. 중국에 정면으로 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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