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인플레이션 이야기 / 신환종

Walnut 2021. 8.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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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최근 인플레이션에 관심이 많아졌다. 요즘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4%라는 뉴스(중앙일보, "미국 저물가 시대 끝났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104862)가 나왔고, 지난 7월 4.8%의 물가 상승에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넘어갔다.(매일경제, 미 소비자 기대인플레 4.8%로 역대 최고…연준은 "일시적",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7/672784/) 근거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중고 자동차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 2011년 유럽발 재정 위기 이후 행해졌던 양적완화, 그리고 작년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무제한 양적완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수없이 돈을 찍었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의 물가 상승률은 진짜 일시적인 현상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신환종 님의 '인플레이션 이야기' 책을 펼쳤다. 

Image from Yes24

충격적이면서 흥미로웠던 인플레이션 역사

 

 돈의 기본은 신용이다. 서로가 돈의 가치를 인정해줄 때 비로소 돈은 교환 가치를 지닌다. 책을 읽으면서 돈이 지금처럼 사용되기까지 수많은 역사를 거쳐왔다는 것을 알았다.

 물물교환의 시대가 지나고, 금속 화폐가 쓰이던 시대 정부의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순도를 낮춰가며 2배의 화폐량을 생산해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로마 시대에는 심지어 대표 화폐인 은 데나리우스의 순도가 기원후 54년경 92%에서 270년에는 2%인 동전이 되었다고 한다. 동전의 모양이며 색도 달라졌고,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오게 만들었다. 이렇게 화폐 가치가 하락한 후에는 결국 화폐 개혁이 일어났다. 로마는 결국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솔리루스 금화를 도입하여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일정하게 화폐 가치가 유지되던 때가 있었는데, 그리스 시대였다고 한다. 정부가 강력하게 화폐의 순도를 조작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정부가 얼마나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느냐에 따라 화폐의 가치도 안정적 혹은 불안정적인 길을 걸어왔다.

 나중에는 복제하기 힘든 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사람들이 동전의 끝부분을 깎아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작 뉴턴-맞다, 우리가 아는 그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다-이 1659년 둘레가 톱니바퀴처럼 까끌까끌한 동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국도 악화bad money로 고생한 후, 엘리자베스 1세 때 새로운 돈을 만들고 화폐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1694년 영란은행Bank of England를 만들고, 1696년에는 뉴턴을 왕립 조폐 국장으로 임명하여 위조가 어려운 새 주화를 발행하도록 했다. 

 화폐의 역사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사건은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건이다.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전시 자금을 위해 돈을 마구 찍었는데, 전후에 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 뿐 아니라, 대체로 전쟁을 겪은 나라들은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종전 직후 1년 남짓한 기간에 물가가 5배나 치솟았고, 1923년에는 1914년 초보다 무려 7,000억 배나 뛰었다고 한다. 얼마나 돈을 많이 찍었는지 가히 상상도 안 되는 물가다. 이후 독일 바이마르 정부는 기존 1조 마르크를 새로운 1마르크(렌텐 마르크)로 바꾸는 화폐 개역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경제 성장에 따라 자연스레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좋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경기 부양을 위해 혹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취약해 통화 정책을 통해 화폐 공급을 확대하는 경우다. 세 번째, 금리를 인하하거나 감세, 건설 경기 부양 등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네 번째, 석유 수출 금지 같은 공급 충격에 따라서도 물가가 오른다. 다섯 번째,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원가의 상승, 혹은 경기가 좋아지거나 노동자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상승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여섯 번째, 총수요가 증가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이다. 이를 수요 견인 인플레라고 한다. 일곱 번째,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독과점 및 가격 통제로 인한 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이익일까?

 

 인플레이션이 오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는 갈수록 손해를 보게 되고,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은 이익이다. 낮은 금리로 국채에 투자한 사람은 손해이고,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한 사람은 이익이다. 연금 생활자는 매년 받기로 한 돈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손해이고, 월급 노동자는 물가 상승률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므로 괜찮다. 채권은 인플레이션에 웃도는 고금리(5% 이상) 혹은 변동금리(Libor+알파)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임금 인상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대기업은 가격 상승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환율이 그대로고 국내 물가가 오르면 수입업자는 이익이다. 그러나 국내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환율이 약세가 되어 이후 수입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반면, 환율 약세는 수출에 유리하게 된다. 부자들은 주식, 부동산, 땅, 금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하여 인플레이션 충격을 피할 수 있으나, 서민들은 대부분 현금 보유에 생활비 지출 비중이 높아져 불리해진다. 

재정 적자를 매우기 위해 화폐를 찍고, 인플레를 야기함으로써 정부가 국민에게 인플레이션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이는 화폐 가치의 감소를 의미한다.
실질 이자 수익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올까?

 미래를 살펴보면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오거나 안 오거나. 저자는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당장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2020년대 한국의 물가와 금리는 1~2년 단기적인 상승 흐름을 보인 후 2~3%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최근 한국경제 뉴스에도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하여 잘 정리가 된 뉴스가 있어 읽어보았다. (한국경제, 하워드 막스 "자산 가격, 금리 대비 공정... 인플레 대응 고려해야"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8129023i)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거시경제는 예측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다.'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다.'라는 두 입장의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신문도 읽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전문가인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은 이렇다.
 첫 번째, 미국 시장의 경기나 물가 등이 괜찮다 해도 신흥국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유동성이 당분간은 자산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생활에서 크게 느껴질 만큼의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면,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세 번째, 현금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이는 정책을 쓸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아주 많이 높이지는 못할 것이다.
 네 번째,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물가가 상승할 것이다. 중앙은행에서 풀린 돈을 적절히 회수하지 못한다면, 정말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고,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그때 오히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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