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Walnut 2021. 9. 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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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9세기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적 수필집이다. 소로우는 이 책을 통해 1845년에서 1847년까지 2년간 콩코드 지역의 월든이라는 호수 근처에서 지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전달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그의 삶을 보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1845년의 월든 호숫가에 푹 빠져들게 되고,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뒤돌아보게 되었다.

 

Image from 교보문고

 

 사실 이 책은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거의 무일푼으로 숲에 들어가 맑은 호수 근처에 나무로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재미있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그 당시에도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가, 지금의 세상을 보면 얼마나 놀랄까? 그는 지나치게 많은 돈, 불필요한 삶의 열매들을 경계했다. 간소하고 결핍된, 소박하고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꿈꾸었다. 비록 상황상 2년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그에게 집중하기 위하여 숲으로 갔다.

 

 그처럼 살기는 힘들겠지만, 그의 삶의 행적과 그가 던진 질문은 욕망에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겨울 매서운 바람처럼 정신이 번쩍 뜨이게 만든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노동의 분업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결국 어떤 목적에 이바지할 것인가? 물론 어떤 사람이 나를 대신하여 생각을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중단하고 생각하는 일을 그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덫에 걸린 사향쥐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하여 자신의 세 번째 다리라도 물어서 끊는다고 한다. 인간이 자신의 탄력성을 잃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얼마나 자주 궁지에 빠지는가?"

 

모든 것이 과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음을 인정한다. 욕망의 크기를 잴 수 있다면, 2020년대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의 크기는 1845년을 살던 사람들의 욕망에 비해 얼마나 더 커졌을까? 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을 더 빠르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더 쉽게 만족할 줄 모르게 되었다. 유행은 눈 깜짝할 새 바람처럼 사라짐에도 사람들은 변화에 뒤처질까 봐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남들만큼 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가?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생활한다면 이 세상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문장을 묵상하며 내 삶을 돌아본다.

 

자선에 대한 그의 견해도 흥미로웠다. 당시에 자선 활동이 유행처럼 행해졌나 보다. 그는 '변질된 선행'에서 풍기는 악취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당신이 어떤 자선 행동을 하게 되었다면,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는 그의 말은 냉정한 듯 따뜻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것이 변질되었든, 의도가 어찌 되었든 어떠한 선행이든 선행을 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선행을 실천하려는 입장에서는 덧없는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라는 그의 말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진미는 그가 숲 속에서 4계절을 나며, 호수와 그곳에 찾아오는 새들과, 살고 있는 동물들과 나무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묘사한 부분들이었다. 기러기, 되강오리, 우드척, 딱따구리 등의 새를 관찰한 내용과 사향쥐, 다람쥐, 토끼, 여우 등의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마치 그와 교감하는 것 같았고, 그는 - 때때로 낚시를 하거나 이전에는 사냥을 한 적도 있기는 하지만 - 그 생명체들을 인간과 평등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존중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래는 월든 호숫가 오두막집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간 그가 남긴 글 중에 기억에 남는 몇 문장을 적어보았다.

 

"대자연 속에,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에, 또 집 주위의 모든 소리와 경치 속에 진실로 감미롭고 자애로운 우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희석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 한 모금이다."

 

"이 호수들은 우리들의 인생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우며 우리들의 인격보다 얼마나 더 투명한가!"

 

"만약 우리의 낮과 밤이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우리의 인생이 꽃이나 방향초처럼 향기가 난다면, 또 우리의 인생이 좀 더 탄력적이 되며, 좀 더 별처럼 빛나고, 좀 더 불멸에 가까운 것이 된다면, 우리는 크게 성공한 것이다."

 

"호수는 마치 잠을 깬 사람처럼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면서 점점 더 시끄러운 소리를 냈으며 이런 상태가 서너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인간이란 것이 얼었다가 녹고 있는 진흙의 덩어리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사람의 손가락 끝은 진흙의 방울이 응결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얼었다가 녹고 있는 육신의 덩치에서 그 한계점까지 흘러나간 것이 바로 손가락과 발가락이다. 보다 온화한 환경 아래에서는 인간의 육체가 어디까지 확장되어 흘러갈지 그 누가 알겠는가?"

 

자연은 욕망하지 않는다. 욕망을 투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러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자연을 파괴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자연에 녹아들어 살아가는 소로우의 삶을 보면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우리의 근원인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왜 끝없는 욕망 속에 살아가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위대한 시크릿'에서 읽으며 느꼈던, 어쩌면 인간도 그냥 존재함으로 살아가도 괜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에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라는 그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 또한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 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돼라."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의해 표가 나도록 되어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큇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었겠는가! 나는 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의 돛대 앞에, 갑판 위에 있기를 원했다. 나는 이제 배 밑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당신의 의무감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지 말고 진실로 내부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라. 어떤 진실도 거짓보다는 낫다."

 

"자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서두른 나머지 수많은 영향력에서 자신을 내맡기지 마라. 그것도 일종의 무절제이다. 겸손은 어둠이 그러하듯이 천상의 빛을 드러나게 한다. 가난과 옹색함의 그림자는 우리 주위에 드리워 있지만, '그런데 보라! 창조는 우리 시야에서 전개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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