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서 만난 한 친구가 체게바라에 관한 책을 읽다고 했던 것도 나의 궁금증에 보태졌다.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체게바라 자서전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 평가해서 걸러낸 평전도 아니고, 그가 쓴 글들로 이루어진 자서전이라기에 관심이 갔다.
여행.
체. 하면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도 유명하지 않은가. 그는 모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참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가 혁명가라는 길에 들어서게 된 것도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면서 부터였다. 그는 그 여행을 통해, 여행길에서 만난 힘없고 어렵게 사는 민중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책의 앞부분은 그의 여행이야기로 시작되어 그냥 가볍게 읽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처음에 가졌던 내 의문들은 점점 커져갔다.
그는 미국제국주의 반대하며,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반미주의자"였고, 자연스레 미국의 "자본주의"도 용납하지 못했다. 누군가 라틴아메리카 어딘가의 호텔 방명록에 써놓았다는,
"코카콜라 광고가 없는 곳을 찾게 되어 행복하다." 라는 글에 공감했던 그였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보면 그는 독립투사정도 될 듯 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많은 것들을 압박하고 빼앗아 갔듯이,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의 힘없는 나라에 침략하여 그들의 자원을 빼앗고, 그들을 힘들게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가 1967년 죽었으니, 한 40년전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자본주의에 반대했던 그가. 오늘날 상업적으로 쓰여지고까지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에 이 책을 번역한 사람도 말하길,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도 그를 매력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 역자의 말처럼 그는
"불가능하다고 보이기까지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가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변해있을까, 아니면 끝까지 투쟁했을까. 소련도 붕괴했고, 중국도 개방화되어가는 이 시대에. 그가 이끌었던 쿠바혁명의 절친한 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가 이끌던 쿠바도 오래도록 경제가 정체되어 세계에서 몇개 남지 않은 사회주의로 머물러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자유주의 국가이다. 더이상의 제국주의는 없다.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그였으니, 세계의 순리와 흐름에 따라 살게 되었을까?
내 생각에는 그는 끝까지 가난한 민중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서 살았을 것 같다. 분명한건, 그는 그 시대에 꼭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 때 그가 죽었기에, 그의 정치적배경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혁명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초반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거지만, 언젠가는 라틴아메리카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몇년전 읽었던 한비야의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라틴아메리카 편이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페루에 있다던, 잉카 유적인 마추픽추. 아. 생각만해도, 참 설레는 일이다.ㅎ
#추가. 기억나는구절 몇가지.
* 그의 혁명가로서의 바탕이 되었던 생각: '공산주의자들'이란 세계의 어느곳에서든 비참한 생활에 너무나 지쳐서 무기를 드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자들'은 비참한 생활에 분노한 사람들을 죽이는 자들이다.
-물론 지금은 전혀 아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봤을 때, 그런 이념들이 저렇게 생각되었었다.
* 레온펠리페의 말: '도전이 당신을 유혹한다면, 그것은 만족할만한 초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