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나의 잠든 창조성을 깨워주는 책 / 아티스트 웨이 / 줄리아 카메론

Walnut 2021. 4. 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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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웨이'가 뭐길래?

 한창 온라인 상에서 '아티스트 웨이', '모닝 페이지', '아티스트 데이트' 라는 용어들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삶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아티스트 웨이를 통해 자신을 찾았다는 이야기 등등. 무슨 내용이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궁금했지만, 쉽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 

 일단, '아티스트'라는 말부터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았다. 또한 '창조성'이라는 단어도 나와 관련이 없다 생각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심지어 결혼 후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순간에도 색다른 아이디어로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다. 내 뇌는 어디서부터 막힌 것인지, 반짝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인 것만 같았다.

 그러다 '아티스트 웨이'를 만났다. 온라인으로 알게된 7명의 언니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매주 나누는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내 안의 창조성을 일깨울 수 있을까?' 호기심어린 기대감이 슬며시 올라왔다. 2021년 1월9일부터 우리는 매주 한 챕터씩 읽고, 활동지를 풀고, 모닝 페이지를 쓰거나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고, 한 번씩 줌미팅을 통해 서로의 느낀 점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3개월이 조금 지난 지난 주, '아티스트 웨이'와 함께 했던 우리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아티스트 웨이' 줌미팅 마지막 날

 

 우리는, 그리고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아티스트 웨이의 핵심 두가지는 바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모닝 페이지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노트에 적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눈뜨자 마자 쓰기를 권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쓰는 명상처럼 느껴졌다. 내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씀으로써 알게 된다. 그리고 처음 8주 동안은 이렇게 매일 쓴 모닝 페이지를 읽으면 안 된다. 

 

 

 아티스트 데이트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트는 내면의 나와 만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야 한다. 해변을 혼자 걷거나, 영화를 보러 가거나,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괜찮다. 

 

 

 

 처음에는 이 두 가지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일단 의심은 접어 두고, 따라가본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 쪽에 달하는 모닝 페이지를 써야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무슨 말부터 써야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일주일에 자신만의 시간을 두세시간이라도 갖는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것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그 텅 빈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해본다.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않는대로, 그냥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본다. 그러다보면 내 안에 조금씩 꿈틀대는 내 안의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이 두가지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아침에 못하면 저녁 때 모닝 페이지를 쓰기도 하고, 아티스트 데이트 시간을 내기 힘들면 아이들 픽업하는 차 안에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때는 모닝 페이지가 술술 써져서 순식간에 세쪽을 채우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더이상 쓸 것이 없다고 느껴져 쓸 말을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 괴롭기도 했다. 뒤로 갈 수록 마음이 느슨해져 매일 쓰는 것이 힘들어 2~3일에 한 번씩 쓰기도 했다.

 '아티스트 웨이' 책을 마친 지금도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은 매일은 못하지만, 머리가 복잡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모닝 페이지를 찾는다.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그렇게 토해낸 감정들은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어떤 감정들은 한번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쓰고, 또 쓰면서 내가 왜 그런 마음들을 갖게 되었는지를 곱씹어본다. 그러다보면 또 어느새인가 나를 괴롭히던 마음들이 풀어져있다. 감정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은 내 감정을 돌보는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시간을 좀 더 잘 활용한 다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닝 페이지는 사실 힘겹게 쓰는 것이 아니고, 의식의 흐름대로 힘들이지 않고 써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쓰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더 깊이 쓰고 싶은 마음들이 생긴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을 했는데, 훌륭한 작품 까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고, 실제로 시를 쓰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등의 창작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생각보다 더 자주 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시간은 홀로 아파트 단지 주변을 홀로 산책하는 시간이었다.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나무들, 하늘과 구름 등을 오롯이 느끼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또한 이 시간에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풀리지 않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 '아트스트 웨이'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첫번째, 내 안의 검열자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검열자는 잠재 의식 속에서 나를 억압하는 생각들이다. 우리는 버릇처럼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다. "내가 어떻게 그런걸 하지?", "그렇게하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아니야, 나는 잘 할 수 없어.",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어.", "그러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난 해도 안될꺼야." 등등.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깜짝 놀랐다.  

 내가 왜 불평만 하고 살아왔는지, 내가 왜 우울증을 앓았었는지, 내가 왜 자신감 없고, 자존감 낮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어두운 면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도망가지 않았다. 내 안의 검열자를 만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모닝 페이지를 썼다. 솔직하게, 내가 갖고 있던 모든 벽을 부수고, 부끄럽다 생각했던 내 자신과 만났다. 내가 어떤 부정적인 생각들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긍정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거기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나온다. 무언가 노력해서 만들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 받아 움추려 있는 어린 나를 만났다. 시험을 잘 못보면 혼날 까봐, 성과가 좋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할까봐, 연주를 해도 그것 밖에 못한다며 흉볼까봐, 글을 써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을 들을까봐 작아져 있던 나를 보듬어 주었다. 남들에게 받고 싶었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잘 살아왔어. 정말 잘 해왔어. 누구보다 훌륭해." 라고 나 스스로를 격려했다. 

 

 

  세번째, 내 안에 창조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믿게 되었다. 창조성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창조성은 피 같은 것이다. 피가 당신의 몸 안에 흐르고 있지만 당신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듯이, 창조성도 당신의 정신 속에 존재하지만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티스트 웨이를 진행하는 동안, 함께 하는 언니들과 카톡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음악도 만들고, 수영도 했다 (활동한 것을 공유했다는 얘기다.)! 남들 앞에서 노래부르거나 춤추는 것은 정말 최악으로 싫어했던 내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런 활동이 얼마나 나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지 알게 된 것도 놀라웠다. 나 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언니들이 가진 잠재력을 보면서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많은 창조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들이 잠만 자도록 놔두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네번째, 모험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모험을 하며 살았는가? 어릴 때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커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사느라 모험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았다. 책의 각 챕터 끝에 활동지들이 나와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적어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어릴적 좋아했던 활동들, 해보고 싶은 바보스런 일, 이상한 짓만 아니라면 해보고 싶은 일들, 내가 돈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모험들, 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일 등등. 당장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희열이 느껴지는 과정이었다.

 모험은 정글 모험이나, 사막 체험 등 멀리 떠나야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모험들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다. 식당에 들어가 전혀 알 수 없는 메뉴를 선택해 먹어본다거나, 새로운 식물을 키워본다거나, 페이트 칠을 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던 주방 도구를 써본다거나, 집의 구조를 바꾸는 일 등도 내 삶의 작은 모험들이다. 그리고 이 모험들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움직여야 한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작은 모험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시도해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 행위 자체의 설레임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섯번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어린 나로 돌아가 나에게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나를 보러가는 글을 쓰기도 했다. 내가 어떤 사람들을 질투했는지, 어떤 사람들을 존경했는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 재미있을 것 같은 일들은 무엇인지, 하고 싶었지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고민하고 적어보았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책상 앞에 내가 꿈꾸는 삶의 이미지들을 붙여 놓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유롭게,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늘 우유부단하고, 애매모호했다.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아티스트 웨이의 과정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꿈꾸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과거 나의 이미지가 빗방울에 가려져 흐릿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아주 선명하지는 않아도 컬러풀하고 환한 빛을 발하는 모습 정도는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아트스트 웨이' 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은 혼자 읽을 수도 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그룹으로 함께 활동하기를 추천한다. 무조건적인 격려와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자율적이며 평등한 동료들끼리 운영하는 활동 속에서 최고의 창조성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그의 가이드라인 7가지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매주 두세시간의 모임을 가지면서 12주 과정을 이용하라. 
 2. 권위자로 자처하지 말라.
 3. 경청하라.
 4. 서로 존중하라.
 5. 그룹 구성이 변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
 6. 자율적으로 행동하라.
 7. 자기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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